(서울=연합뉴스) 일명 아일랜드 피크로 불리는 6천 189m 히말라야 임자체 도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자 엄마 원정대가 바빠졌습니다. 오늘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암벽을 빙벽 삼아 오르는 실전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북한산 초입부터 열심히 몸을 풉니다. 오늘 훈련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인터뷰) 이규태 /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
(서울=연합뉴스) 일명 아일랜드 피크로 불리는 6천 189m 히말라야 임자체 도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자 엄마 원정대가 바빠졌습니다.
오늘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암벽을 빙벽 삼아 오르는 실전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북한산 초입부터 열심히 몸을 풉니다. 오늘 훈련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인터뷰) 이규태 /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단장
"(히말라야) 임자체 정상부위에 약 300m 정도의 빙벽구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빙벽 구간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우리가 빙벽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그 상황을 가정해서 빙벽등반 장비를 착용하고 암벽을 빙벽으로 생각하고 훈련을 할 겁니다."
히말라야 등정을 준비한지 3년. 전국의 산이란 산은 다 오르다시피 하며 영하의 날씨 속에 텐트 없이 산에서 잠까지 잘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지리산, 설악산 천하대 또 서북 능선, 전부 비박(텐트 없이 산에서 하는 노숙)하면서 이번에 겨울 산행했어요."
현장음) "자 우리 높은 곳을 향해서 다 같이 한마음으로 오르세! 오르세! 오르세!"
오늘 훈련 장소는 북한산 초입에서 40분을 더 올라가야 합니다.
그곳까지 가려면 일명 깔딱 고개로 불리는 험한 계단 오르막길을 넘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0kg에 가까운 배낭 무게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은 쉰 살을 훌쩍 넘긴 주부들이 이겨내기엔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산을 오른 올해 일흔한 살의 황국희 할머니에겐 그저 산일 뿐입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여기는 아무것도 아니지…. 설악산 갈 때나 힘들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매번 겪으면서도 산을 오르는 데는 산이 주는 변함없는 행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영희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산은 그렇잖아요. 나를 오지 말라고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오면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항상 나를 맞아주는 것 같아서 항상 기쁘고…. 낙엽이며 계곡이며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나에게 선물 주듯이 제가 산에 옴으로써 받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
훈련 장소가 가까워지자 군데군데 눈 쌓인 웅장한 인수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멀리 인수봉을 뒤로한 채 옆에서 보면 마치 잠수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잠수함 바위가 오늘 훈련 장소입니다.
이미 두 번이나 훈련 경험이 있는 이 바위는 80m에 달하는 암반 길이와 50도에서 90도 직벽에 이르는 다양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실전 훈련을 하기엔 제격입니다.
인터뷰) 이규태 /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원정단장
"이 바위를 보면 바위 모양이 좀 다양합니다. 이렇게 부서져 있는 부분도 있고 저 왼쪽으로는 경사가 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쉬운 훈련부터 어려운 훈련까지 같이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훈련은 6천189m 임자체 정상 공격을 하는 황국희, 김영희, 이인순 대원이 고정밧줄과 아이젠을 이용해 히말라야 빙벽구간을 오르내리는 기술을 익히는 동안 지원대원들이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고정밧줄 설치와 루트 확보를 위해 이규태 단장과 지원을 맡은 송정아 대원이 암벽을 오르자 다른 대원들도 뒤따라 오릅니다.
빙벽 할머니로 불리는 황국희 대원은 칠순이 넘은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가볍게 바위를 탑니다.
반면 과거 인수봉과 설악산 암벽을 오르다 미끄러진 아찔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인순 대원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현장음) "먼저는 줄을 저기서부터 깔아놓고 우리가 올라갔는데…."
10년을 넘게 산을 오르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이 대원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이번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하는 데는 후회 없는 삶을 찾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이인순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히말라야가 나를 받아주면 정상까지 가는 거고 너는 아직 때가 이르다 다음에 와라. 그러면 순응하고 하강하면 괜찮지요. 그래도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 땅을 밟아보니까 후회는 안 하지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을 못 가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으니까 후회 안 하려고 가요."
고정밧줄 설치 작업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실전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우선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고정밧줄과 등강기를 이용해 암벽을 오르내리게 됩니다.
가파른 경사와 고르지 않은 바위, 군데군데 물기로 한걸음 내딛기도 힘들만 한데 포기하는 대원 한 명 없습니다.
나이를 잊은 용기와 도전 정신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은 지금껏 누려왔던 편안함을 모두 버렸기에 가능합니다.
인터뷰) 송정아 / 50세, 국내 훈련 지원대 대원
"저분들처럼 자기가 이제껏 편하게 지냈던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히말라야를)가거든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요. 막 3~4일씩 산속에서 텐트도 없이 자고 훈련하거든요."
궂은 날씨에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암벽 타는 훈련은 계속됩니다.
아이젠을 착용한 이번 훈련은 두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고정밧줄과 등강기를 이용해 암반 길이가 긴 1구간을 올라오면 빙설로 뒤덮인 경사진 곳을 오를 때에 사용하는 기구인 피켈을 이용해 2구간을 오르게 됩니다.
현장음) "이걸 이용해서 이런 데다 걸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바위 면을 오르다 보니 실제 빙벽보다 더 미끄러울 수밖에 없고 피켈 사용으로 한 손으로만 밧줄을 의지해야 하다 보니 힘은 몇 배나 더 듭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만족감도 생길 만하지만 오히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영희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항상 만족이라는 게 없어요. 하고 나면 아 이렇게 했으면 다음에는 좀 더 좋은 방법을 아니면 좀 더 습득해서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런데 또 다시오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요. 다시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조금씩 늘기는 늘어요. (늘 아쉬움이 남는군요?) 예.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나의 부족함도 돌이켜 볼 수도 있고요."
62세에 등산학교에서 암벽 등반을, 65세엔 빙벽 등반에 입문한 황 대원의 산사랑은 대단합니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최고 높이 빙벽인 설악산 토왕성 빙폭 하단을 혼자서 거뜬히 오른 황 할머니에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내 나이가 조금 젊었으면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까지) 도전할 기분도 있는데 조금 늦었어요. 산에만 오시면 힘이 나시네요? 이 산에 바위만 딱 붙으면 기운이 펄펄 나요."
황 할머니의 말릴 수 없는 산사랑은 28년 전인 1980년 당시 43살의 나이로 한 주부교실 산악회에서 등산을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런데 죽고 못 사는 산을 1년 6개월 정도 못 오르면서 53살 때 덜컥 찾아온 자궁암, 그래서 결국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후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해 10년 전인 61살 때는 한 등산학교에 들어가 암벽등반과 빙벽등반 기술까지 익혔습니다.
현재 황 할머니의 신체 나이는 48세, 그야말로 몸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내가 신체 나이가 48살이랍니다. 어떨 때는 나 자신이 생각해도 아이구야 70살이 넘은 할머니가 (암벽을 오르니까) 남이 보면 주책없다 하겠다고 싶을 때도 있고 나 자신이 대견할 때도 있고…. 진짜에요 산에 가면 너무너무 재밌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3일은 산에서 보낸다는 황 할머니가 30년 가까이 오른 산만 해도 400개가 넘습니다.
설악산과 한라산 등 국내 내로라하는 산은 물론이고 환갑을 넘기고 나서는 백두산 종주와 몽블랑, 안나푸르나 등 유명한 산을 두루 올랐습니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작년 10월 북한산 인수봉 정상에서 일흔 번째 생일잔치까지 열었습니다.
산악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산 정상에서의 생일상을 황 할머니는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너무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고요. 그 어려운 바위길을 케이크 다 짊어지고... 평생 못 잊으시겠네요? 그럼요 평생 못 잊어요."
칠순을 넘긴 황 할머니가 이제는 빙벽과 고산병이 기다리는 6천100m가 넘는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합니다.
정상을 오르고 못오르고를 떠나 어쩌면 이번 도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지만 결코 큰 욕심은 없습니다.
인터뷰) 황국희 / 71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장
"산을 오를 때는 항상 욕심을 버리고 그 오르는 자체만으로 즐겁다니까요. 그저 정말 어려우면 중간에 가다가 포기하더라도…. 다음 기회에 도전해보더라도 그렇게 욕심은 안 부리는 거에요."
산을 오른 지 10년이 다 돼가는 김영희 대원도 이번 도전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8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고 3년 만에 다시 재발한 암을 극복하기까지 5년이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2003년 항암치료 당시 힘든 몸을 이끌고 오기와 눈물로 오른 북한산 인수봉은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영희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마음도 힘들고 머리도 아프지만 이럴 때 내가 인수봉을 한번 원장님이 기회를 주셔서 오르자고 하시는데, 나는 오를 거야 그래놓고 저 가겠습니다. 그랬어요. 그러고 이제 말하자면 올라갔죠. 정말 막 울면서 혼자…. 왜 가겠다고 하셨어요? (아픈데도) 고집을 피운 거네요? 어떻게 보면? 힘들지만 그냥 잊기 위해서..."
북한산부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까지 닥치는 대로 산을 찾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놀랍게도 2005년 검사에선 재발한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올봄엔 의사의 권유로 7년간 복용하던 약도 끊었습니다.
인터뷰) 김영희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누워서 쉬면 뭐 할 거에요. 그 아픔을 갖고…. 그러면 그 아픔을 갖고 계속 그것만 생각하게 되고 그 집념이 떠나지를 안잖아요. 그런데 산에 갔다 오면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그 힘든 과정에 그런 집념을 떨칠 수 있는 거에요. 산에 갔다 오면 5일, 일주일을 계속 힘들어하면서도 그다음 산행하는 날짜가 되면 또 가방을 들고나가는 거에요. 그렇게 다니는 거에요."
히말라야를 정복하는 많은 산악인을 보면서 의문과 존경심을 보냈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히말라야 문턱이라도 오르고 싶었던 김영희 대원.
변덕스런 날씨와 고산병으로 정상을 향한 길이 쉽진 않겠지만 어리석은 후회 대신 겁 없는 도전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김영희 / 56세,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대원
"이번에 가서 어떤 신의 뜻으로 아니면 하느님의 뜻으로 오를 수 있으면 정말 그것보다 더한 기쁨이 없을 것이고 만약 못 오른다 할지라도 후회는 없지 않나…. 정상에 오르든 안 오르든 도전은 한번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래 선택하자 그래서 그냥..."
그저 산이 좋아 오른다는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겁없이 도전장을 내민 칠순을 넘긴 할머니의 열정과 중년의 멋을 보여주는 두 아줌마의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현장음) "우리들은 부족해서 이번에 히말라야 도전을 못하지만 언니들이 다녀온 다음에 우리들은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에 도전하겠습니다. 히말라야 팀 파이팅!" (국내 훈련 지원대)
"이번 등반을 통해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자식들을 키우느라고 자아를 발견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찾고..." (이규태 원정단장)
(서울=연합뉴스) 일명 아일랜드 피크로 불리는 6천 189m 히말라야 임자체 도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자 엄마 원정대가 바빠졌습니다. 오늘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암벽을 빙벽 삼아 오르는 실전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북한산 초입부터 열심히 몸을 풉니다. 오늘 훈련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인터뷰) 이규태 / 히말라야 엄마 원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