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수일 기자 = 쇠고기 원산지표시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전국적으로 원산지 표시 단속 및 지도활동이 펼쳐졌다. 지역 곳곳의 음식점들은 나름대로 방법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당국의 단속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전국에서 단속을 펼친 단속반들은 ...
(서울=연합뉴스) 전수일 기자 = 쇠고기 원산지표시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전국적으로 원산지 표시 단속 및 지도활동이 펼쳐졌다.
지역 곳곳의 음식점들은 나름대로 방법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당국의 단속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전국에서 단속을 펼친 단속반들은 우선 업소 면적이 적혀 있는 영업신고증을 확인하며 단속 대상인지 아니면 계도 대상인지부터 파악했다.
이어 축산물 등급판정확인서를 요청한 뒤 주문 물량과 시기, 원산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주문 물량이 제대로 판매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래내역서와 비교하기도 했다.
단속반은 업소 냉동.냉장창고에 보관된 쇠고기가 주문 물량과 일치하는지 등을 거듭 확인한 뒤 원산지표시제 안내문을 업주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그러나 업주들은 이날 단속반이 요구하는 자료를 내놓으면서도 시행령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개정된 원산지 표시제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0여년 간 고깃집에서 일했다는 한 음식점 직원은 "재료의 80% 이상이 수입육인데 영세업소까지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단속의 실효성을 위해 원산지표시 대상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단속에 나섰던 경기도 관계자는 "첫날이라 대형 음식점을 우선 점검했는데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며 "원산지 표시 대상과 표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음식점은 단속반이 식당에 들어서자 여주인은 인터넷을 뒤져 새로 메뉴를 제작했다며 메뉴판을 보여줬다.
이 여주인은 "쇠고기는 호주산을 계속 쓰지만 돼지고기는 원산지가 여러 군데인데 그때그때 메뉴와 원산지 표시판을 바꿔야 하냐"며 "국내산 쇠고기는 등급판정서에다 육우인지 젖소인지까지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끊어버리고 수입산을 쓰기로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단속반은 이어 냉동고로 향했다. 문을 열자 원산지 표시가 안돼 있는 고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식당이 쇠고기 도매업체에서 받은 거래명세서에도 원산지는 표시돼 있지 않은 점이 단속반에 의해 지적됐다.
거래명세서에 원산지가 표시돼 있지 않아도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단속반의 얘기가 나오자 여주인은 "왜 남의 실수도 내가 책임져야 하나, 차라리 문 닫는게 낫겠다. 정부나 구청에서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원산지 표시제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한 적이 있나, 그 흔한 공문이라도 보내줬냐"고 따져 물었다.
올 12월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배추김치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설명에 여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낮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작은 죽가게의 경우 수성구청 위생과 직원 2명이 들이닥치자 종업원 신모(49.여)씨는 "(원산지) 표시를 아직 안 했다. 할려구 했었는데 마침 구청에서 나오셨네"라며 멋쩍어했다.
이 음식점에서 쇠고기가 들어가는 메뉴는 쇠고기야채죽 한 가지뿐이지만 앞으로는 이곳도 원산지 의무 표시 대상이다.
담당 공무원은 홍보물과 함께 얼마 전 구청에서 배포용으로 자체 제작한 원산지 표시판을 꺼내들고 메뉴와 함께 뉴질랜드산이란 식으로 표기하는 방법을 일러주자 신씨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지역 음식점 곳곳에서도 단속원과 업주 간의 적지 않은 실랑이가 빚어지는 등 혼선을 빚었다.
춘천시의 C음식점 주인 최모(45.여) 씨는 이날 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 소속 원산시 표시제 단속반이 방문하자 구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지 정확한 지침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이 음식점은 쇠고기 갈비덧살을 재고에 따라 호주산과 멕시코산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탓에 두 곳의 원산지를 한꺼번에 표시해 오다 "현재 사용하는 재료의 원산지만 연필이 아닌 볼펜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단속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게시용 메뉴판 대신 책자형을 사용하고 있는 이 음식점은 단속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가의 책자형 메뉴판을 매번 무슨 수로 교체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최 씨는 "한창 영업을 하다 보면 호주산 쇠고기(덧살)의 재고가 바닥나 멕시코산으로 교체해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마다 메뉴판을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메뉴판 제작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취재 : 이재현 기자, 고유선 기자, 김동규 기자, 노경민VJ , 편집: 김지민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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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수일 기자 = 쇠고기 원산지표시 확대 시행 첫날인 8일 전국적으로 원산지 표시 단속 및 지도활동이 펼쳐졌다. 지역 곳곳의 음식점들은 나름대로 방법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당국의 단속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전국에서 단속을 펼친 단속반들은 ...